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관평초등학교 교사에게 꾸준히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 중 한 명이 인근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목격담이 확산된 가운데,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공개돼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니 자식은 소중해?”
2023년 11월 4일 네이버 지역 카페 '대전 학하.덕명지구 소통골'에는 "관평초 살인자 집안"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이 작성자는 관평초의 숨진 교사 유족에게 고소당한 학부모 염모 씨가 최근 우리 동네로 이사왔다고 알리며 "계산초 5학년 1반 이○율. 전학은 어제, 수학·영어 학원은 일주일 전부터 다니고 있었다"라고 적었습니다.
작성자는 "애미가 학원에 붕어빵 사들고 와서 다 같이 먹으라고 했다더라"라며 학부모 염 씨의 목격담을 함께 더했습니다.
작성자는 "대단하다 진짜. 애먼 사람 죽여놓고, 하루아침에 엄마 없는 애들 만들어 놓고 니 자식은 소중하냐"라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그는 또 "친구 목 조른 이야기를 마치 무용담처럼 말하고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고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분노조절장애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일주일 차 학원 생활에 일반적이지 않은 게 아니냐"라며 염 씨의 아들 이모 군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인성 빻은 거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그 인성, 그 성격 어디 가겠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작성자는 "저는 월요일에 학교에 전화할 것"이라며 "학원은 우리 아이도 작년까지 다니던 곳이고 선생님들 너무 좋으신 분들인 거 알지만 상황은 아셔야 할 것 같아 전화 드리려고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은 2023년 11월 6일 해당 커뮤니티에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내용으로 현수막에 들어갈 문구를 추천해 달라"라는 취지의 글이 작성됐습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해당 지역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들이 다수 올라왔고, 여기에는 "니 자식만 귀하냐, 내 자식도 귀하다", "개과천선해서 우리 동네에 이사온거니? 아님 또 사건 만들려고 이사온거니?", "○○초 학부모는 당신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선생님들의 편에 서서 선생님을 보호해 드릴 것입니다" 등의 강경한 문구가 적혔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된 뒤 이 커뮤니티에는 "가해 학부모의 자녀가 학원을 그만뒀다", "학교에도 등교하지 않고 있다"라는 내용이 공유됐습니다.
교사의 안타까운 선택, 간판 내린 학부모
앞서 2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했던 40대 교사 A씨는 지난 2023년 9월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이틀 만인 2023년 9월 7일 오후 6시께 끝내 숨을 거뒀으며, 대전교사노동조합과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2019년 대전 유성구의 관평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고인은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약 4년간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려왔습니다.
2023년 9월 9일 전국초등교사노조는 지난 7월 '교권침해 사례 모집'에 접수된 고인의 사례를 공개, 여기에는 A씨가 2019년 1학년 담임을 했던 당시 유독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괴롭힌 정황이 담겼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2023년 9월 10일 인스타그램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이 등장, 계정주는 "24년 차 여교사를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한다"라는 소개글을 기재했습니다.
가족 사진을 비롯한 개인적인 사진들을 공개한 이 계정주는 이들 학부모의 사업장인 바르다 김선생 관평점과 리정헤어, 천지관합기도 등도 함께 폭로했습니다.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들 일부 개인 정보가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자 격분한 시민들은 실제로 해당 업장들을 찾아 계란과 밀가루, 케첩을 뿌리는 등 테러를 벌였고 가게 출입문에는 비난과 원망의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을 가득 붙여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결국 바르다 김선생 관평점은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가맹 해지 돼 간판을 내렸고, 리정헤어는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장님"이라는 신상이 공개된 뒤 누리꾼들의 비난에 시달리던 염 씨는 자신의 아이가 친구 뺨을 때린 일을 두고 "친구와 놀다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는 일이 발생했다"라는 취지의 해명 글을 작성해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염 씨는 또 사망한 교사 A씨가 아이를 지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인민 재판"이라 표현해 공분을 샀습니다.
한편 숨진 교사 A씨의 유족과 대전교사노조, 초등교사노조는 2023년 10월 5일 오전 11시 30분께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학부모 8명과 당시 학교의 교장과 교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고인의 유족은 "학부모들은 자녀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교사의 교육 활동을 방해하고, 악의적 민원을 제기해 고인을 모욕하는 언사 등을 지속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족 측은 이어 "도움을 요청하는 교사를 외면한 채 본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한 학교 관리자의 태만을 그냥 볼 수 없다"라고 고소의 이유를 전했습니다.